본문 바로가기
집과 물건

컵은 모두 정수기 근처로 모아서 편한 동선 만들기

by 천천히 스미는 2023. 4. 11.
반응형

 

아끼지 않고 자주 사용한다

선물을 받았다. 그중 예쁜 컵이 있었다. 오브제 같은 유니크한 샴페인 잔, 르쿠르제 머그컵, 포트메리온 머그컵. 
 
하나같이 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포장도 어찌나 이쁜지, 겉포장, 종이봉투에 박스마저도 탄탄하고 패턴이 참 이뻤다. 포장만으로도 예술이었다. 사용하기 아까웠다. 모셔두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이 선물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선물 받은 사람이 컵을 모셔두기만 하면 좋을까? 아니었다. 잘 사용하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이 이쁜 컵들을 잘 그리고 자주 사용하기로 했다. 포장은 모두 뜯고, 버렸다. 6개 들이 포트메리온 컵은 4개만 꺼내고 2개는 포장박스 안에 넣어 보관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곧 모두 꺼냈다. 포장 안에 물건을 사용할리 없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는 컵은 버린다

예쁜 컵을 선물받기 전에도 집에는 잘 사용하던 컵이 있었다. 하나쯤은 사게 되는 스타벅스 머그컵, 홍콩 여행 갔던 지인이 선물해 준 큰 사이즈의 파란색 M&M 초콜릿 머그컵, 투명하고 큰 710ml 텀블러. 한 때 자주 사용했던 컵들이다. 그런데 새 컵이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손이 가질 않았다. 거의 2년 동안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게 됐다. 주방 한편에 컵이 쌓였다. 주방을 정리하기 위해 모든 물건을 꺼냈을 때 '아, 이 컵이 있었지. 여전히 이쁘다'라며 감상에 젖었다. 
 
소품을 담기엔 너무 튀었다. 용도에 비해 자리도 많이 차지했다. 하지만 버리기엔 마음이 무거웠다. 자주 사용했지만, 컵은 그렇게 낡지도 않는다. 그리고 선물받은 것인데...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 사용하지 않는 컵을 주방 한편에 방치해 두는 것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릴 것인가, 방치할 것인가. 나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때까지 잘 사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버림을 교훈삼아 물건을 더 잘, 자주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용하지 않는 모든 컵을 버렸다. 컵은 버리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컵은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없었다. 불연재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야 했다. 생소한 봉투였다. 집 앞 마트에서는 팔지도 않았다.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야 불연재 쓰레기봉투 파는 곳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컵을 놓아주었다. 
 
 
 

우리 집 컵은 여기 다 있다

오늘 표지는 우리 집 컵과 정수기다. 
 
우리 집 컵 전부다. 다른 어떤 곳에도 컵은 없다. 오로지 이 뿐이다. 마시는 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곳에 모아두었다. 정수기가 기준이다. 
 
컵을 잘 쓰기 위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컵을 잘 쓸까. 물 마실 때 컵이 손 닿는 데 있으면 더 잘 마실 것이다. 물은 정수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정수기를 기준으로 동선을 정리했다. 정수기 위엔 찬장이 있어 이 곳에 컵을 정리한다면 물을 편하게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선물 받은 컵뿐 아니라 세상엔 예쁜 컵이 참 많다. 어쩜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가볍고,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선을 가진 컵들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결국, 내가 물을 따라 마실 수 있는 컵은 단 하나다. 컵 두개를 한 번에 마실 수 없다. 나는 입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컵을 사용하는 시간은 아주 짧다. 나는 내가 컵을 사기보다는 지금 나에게 온 컵을 소중하게 그리고 자주 쓰기로 했다.
 
 
 

같이 필요한 것을 한 곳에 모으다

물은 약이랑 먹는다. 정리 전에는 약을 먹으려면 집안의 서랍안에 있는 약상자에서 약을 꺼내고, 다시 약상자를 닫고, 서랍을 닫는다. 입에 약을 넣고, 쓴 맛을 조금 느끼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정수기로 와서 컵을 꺼내 물 따른다. 느끼고 싶지 않았던 약의 쓴 맛을 어쩔 수 없이 조금 느껴가며 물과 함께 약을 삼킨다. 이 과정에서 집 안을 동분서주 왔다 갔다 했다.
 
약이 물 근처에 있다면 찾기도 쉽고, 왔다갔다 하는 것이 귀찮아서 약을 안 먹고 끙끙대는 일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될 알약의 쓴 맛을 느낄 새 없이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떨 때 물을 먹는 지 고민해며, 물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추려봤다.
 
머그컵, 유리잔, 약 상자, 오메가, 비타민 D, 영양제, 카누, 립톤 티, 커피필터, 드리퍼, 텀블러, 유산균, 플라스틱 컵, 샴페인 잔 등등
 
 
 

품목별로 그룹 짓는다

크게 컵, 약, 커피/티용품 카테고리로 나눴다. 그리고 각 물건을 분류했다.
 

  1. 컵 : 머그컵, 유리잔, 샴페인 잔, 텀블러, 플라스틱컵
  2. 약 : 약 상자, 영양제, 유산균
  3. 커피/티 : 커피, 티
  4. 커피 용품 : 커피 필터, 드리퍼

 
 
 

사용빈도에 따라 위치를 정한다

 
나는 오른손 잡이다. 오른쪽이 편하다. 오른쪽이 편하다는 것은 오른쪽 천장을 많이 연다는 것이다. 고로 오른쪽에는 자주 사용하는 것들을 넣어야 한다. 
 
찬장은 3단이다. 1단은 가장 손에 잘 닿는다. 3단은 의자를 밟고 올라가야 할 정도여서 손에 잘 닿지 않는다. 2단은 손에 잘 닿지만 팔을 뻗어야 한다. 1단 쪽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을 놓아야겠다.
 
나는 찬장을 6등분 하였다. 왼쪽, 오른쪽 그리고 1단, 2단, 3단. 1단 왼쪽, 1단 오른쪽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한 부분 더. 가운데 영역을 추가하였다. 가운데는 한쪽 찬장 문을 열면 반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손이 잘 닿고, 눈에도 한눈에 보이는 1단에는 컵을 놓았다.

 
 
자주 쓰는 머그컵은 오른쪽 선반만 열어도 바로 꺼내쓸 수 있도록 가장 아랫단인 1단에 오른쪽에 놓았다. 그리고 영양제와 커피/티 상자를 1단 가운데 두었다. 커피/티 상자 내에서도 매일 먹는 유산균과 하루씩 챙겨 먹을 수 있게 덜어놓은 영양제는 오른쪽에 두었다. 오른쪽 선반만 열어도 유산균과 머그컵을 꺼낼 수 있도록 하였다. 불필요한 동선 없이 물을 마시기 좋았다. 
 
가끔 쓰는 유리컵과 샴페인 잔은 왼쪽 1단에 놓았다. 유리는 깨지기 쉬워 조심스럽다. 6개 들이 컵 거치대로 유리컵과 샴페인 잔을 보호했다. 가운데 커피/티 상자에 왼쪽에는 커피, 티, 영양제 통을 두었다. 유리컵과 텀블러 위치를 고민했는데, 유리컵은 깨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1단으로 결정했다.
 
 

의도적으로 꺼내야 하는 물건은 2단에 놓았다.

 
 
비교적 자주 쓰는 텀블러는 2단 오른쪽에 두었다. 텀블러는 대부분 씻어서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올라갈 일이 많진 않다. 하지만 모든 물건에는 자리가 있어야 하므로, 이곳으로 자리를 정해두었다. 
 
위급할 때가 바로 꺼내야 하는 약상자는 2단 왼쪽에 두었다. 매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레놀이나 후시딘 등은 종종 사용하게 되므로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 
 
필터 커피를 가끔 먹는다. 원두를 살 때는 갈아달라고 한다. 집에는 커피필터와 드리퍼가 있다. 커피 맛을 잘 구분하는 편은 아니라서 원두를 사는 게 좀 오버인가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카누, 원두커피, 에스프레소 등 다 같은 커피 같은데, 은근히 먹고 싶은 커피가 콕 집어 생길 때가 있다. 그래서 이따금 한번씩 원두를 갈아 오게 된다. 그때를 위해 천장 2단 가운데, 하지만 좀 더 왼쪽으로 치우친 곳에 커피 필터와 드리퍼를 두었다.
 
 

3단은 손이 잘 안 닿는다. 잘 안 쓰는 주방용품을 둔다.

 
 
맨 위칸인 3단에는 손이 잘 안 닿는다. 의자를 밟고 올라가야 손이 닿는다. 오른쪽에는 조리 시에 필요한 에어프라이어 종이를 둔다. 까치발을 들면 꺼낼 수 있어 비교적 3단에 있는 물건 중엔 에이스다. 왼쪽에는 일회용품을 담아둔다. 거의 쓰지 않는다. 이 일회용품을 다 쓰면 안 살 것이다. 가운데는 새 행주가 있다. 행주는 쟁여둔다. 길에서 주는 행주를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길에서 주는 행주를 안 좋아한다. 100원, 200원 정도인데 그 행주 때문에 괜히 빚진 느낌이 드는데, 그 기분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 편하게 마신다

이렇게 물을 마실 수 있는 용품과 컵을 정수기 근처로 정리했다. 이전에도 물은 잘 마셨지만, 이제는 편하게 마신다. 물을 마시는 데 있어 불필요한 동작을 줄였다는 것이 뿌듯하다. 
 
오른 쪽 천장을 오른손으로 열고, 왼손으로 컵을 꺼내고, 오른손으로 정수기 버튼을 눌러 물을 따라 마신다. 동선이 깔끔하여 기분이 좋다. 
 
약을 먹을 때도, 커피를 타 먹을 때도, 영양제를 먹을 때도, 텀블러를 찾을 때도 이곳을 오면 된다. 가족들이 약 어딨 어? 할 때 물 있는데라고 하면 바로 안다. 
 
좋다. 자연스럽다.
 
 
 
 

오늘의 세줄 정리

  1. 물건은 아끼지 말고, 자주 사용한다.
  2. 물을 마실 때 필요한 물건은 모두 정수기 근처로 모은다.
  3. 오른쪽엔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둔다.

 
 
 

P.S

밤에도 어둠 속에서 물을 잘 마실 수 있도록 센서등을 찬장 밑에 달았다. 항상 물을 잘 마실 수 있도록 자기 전엔 꼭 선반에 컵을 2개 놓아둔다. 자연스러운 동선 덕에 의식하지 않고도 물을 잘 마실 수 있다.
 
 
 
 

 

 

 

천천히 스미는
ⓒ 정리정돈 일기.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