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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물건

쇼파 아래를 로봇청소기 집으로 공간 활용하기

by 천천히 스미는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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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가 있다. 이름은 콩지

우리 집엔 로봇청소기가 있다. 하루 세 번, '청소를 시작합니다'라는 말을 외치며 소파 밑에서 출동한다. 우리는 이 로봇 청소기 이름을 '콩지'라고 지어줬다. 콩쥐 팥쥐의 그 콩쥐. 부르기 쉽게 콩지. 가끔 바닥에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리곤 하는 데, 그럼 짓꿎은 어조로 콩지를 호출한다.
 
 

콩지야! 이거 치워

 
 
약간 감정도 있는 것 같은 것이 내 발 밑을 청소하거나 할 때는 툭툭 친다. 마치 청소하는 엄마가 '발 치워'라며 말하면 발을 드는 어릴 적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다. 콩지는 앞에 물체를 파악하고 청소 동선을 파악하려는 것임을 알지만, 받아들이는 나는 친근한 기억이 된다. 청소를 다 마치면 '청소를 마쳤습니다. 충전기로 돌아갑니다'라고 하는데, 그럼 나는 항상 콩지 뒤통수에 '콩지, 고마워'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뽈뽈뽈 집을 찾아가는 콩지를 보면 귀엽다. 
 
 
 
 

바닥엔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

콩지를 위해 바닥엔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 가끔 콩지의 다급한 말이 들리기 때문이다.
 
 

오류8! 오류8! 본체 주변에 장애물을 제거해 주세요

 
 
나는 '우리 콩지 무슨 일이야!'라며 콩지를 찾는다. 콩지는 가방끈을 먹고 있거나, 잠깐 바닥에 둔 빨랫감들과 뒤엉켜 있곤 한다. 그럼 나는 콩지를 구해주고, 바닥에 있던 물건들을 치운다. 콩지의 원활한 청소를 위해 바닥엔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는 물건은 바닥에 위치하는 경우는 없다. 
 
 
 

다리가 있는 가구를 산다

콩지의 집은 소파 밑이다. 쇼파는 다리가 있다. 우리 집 첫 쇼파는 다리가 있는 회색 이케아 쇼파였다. 이케아 쇼파는 아래가 텅 비어 있어 콩지 집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잘 사용하다가 쇼파를 바꿨다. 이번에도 다리가 있는 것으로 다리의 길이도 콩지 키만큼인 것으로 구매했다. 그런데, 아뿔사. 콩지 키랑 쇼파 다리길이가 딱 맞다보니, 콩지가 쇼파 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콩지 집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하지만 콩지 집을 다른 데 옮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콩지가 소파 밑을 청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벌써 쇼파 밑에 회색 먼지 뭉치가 돌아다니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쇼파 다리를 늘리기로 했다. 콩지가 계속 청소할 수 있도록.
 
 
 

가구 다리가 짧다면 늘린다

소파 다리를 늘리기 위해서 처음엔 다이소를 갔다. 한 1cm만 높이면 콩지가 들어가기 충분한 것 같았다. 쇼파 밑에 괼 물건이 다이소에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책상 다리에 붙이는 소음 방지 스티커를 2,000원치 샀다. 두께가 톡톡하여 쇼파를 높이기에 충분해보였다. 쇼파 다리를 하나씩 들어가며 소음 방지 스티커를 한 다리 당 4개씩 겹쳐 붙였다. 높이가 상승해 콩지가 잘 들어갔다. 그런데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소파는 생각보다 더 무겁다는 것이다. 한번 소파에 앉으니 스티커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부러졌다. 나는 스티커를 떼냈다.
 
직접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인터넷에는 가구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구 다리를 팔았다. 현재 쇼파 다리 색처럼 검은색이며 튼튼한 가구 다리를 하나 골랐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비쌌다. 가구 다리 4개에 2만 원 정도였다. 다이소에서 샀던 소음 방지 스티커의 10배 가격이었다. 
 
 

소파 밑에 먼지를 2만원 주고 치우는 게 맞나

 
 
나는 고민했다. 소파 다리로 2만원을 지불하는 게 맞는가. 그냥 좀 수고를 하더라도 가끔 씩 쇼파 밑을 먼지를 내가 치울까 하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 고민의 답은 쉽게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쇼파 밑의 먼지를 내가 치울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침대 다리가 낮아 콩지가 못 들어가는 데, 그 침대 밑 청소는 내가 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2만 원짜리 가구 다리를 결제했다. 
 
가구 다리는 훌륭했다. 콩지도 충전단자가 있는 집을 자유로이 쾌적하게 오갔다.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데, 난관에 부딪혔다.
 
 
 

작은 차이가 행동을 바꾼다

이 소파엔, 스툴이 있었다. 넉넉한 사이즈의 스툴이다. 이 스툴은 쇼파 다리와 같은 다리를 갖고 있다. 콩지는 이 넉넉한 스툴 아래를 청소할 수 없었다. 나는 또 생각했다. 이 스툴은 소파에 비해 옮기기 쉬우니까 내가 이리저리 치우면 되지 않나. 하지만 나는 곧 이 스툴을 위한 가구 다리 2만원을 추가 결제했다. 쇼파에 다리를 단지 10일 만이었다. 이번엔 청소 문제가 아니었다.
 
소파와 스툴의 높이가 달려진 게 원인이었다. 겨우 5cm 차이다. 나는 쇼파와 스툴을 일직선으로 놓고 다리를 뻗은 자세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쇼파와 스툴 높이가 달라지니 뻗은 다리가 아래로 향하고, 책도 앞으로 쏟아지는 자세가 되었다. 불편했다. 책을 잘 안 읽게 되었다. 스툴의 다른 높이가 내 책 읽는 습관을 없앤 꼴이었다. 물건이 내 좋은 습관을 방해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스툴용 소파 다리를 구매했다.
 
소파와 스툴의 높이가 같아지니 쾌적했다. 다리도 쭉 뻗을 수 있었다. 편했다. 나는 기분 좋은 상태로 다리 위에 담요를 덮고 쿠션을 올리고 책을 펼쳤다. 즐거운 시간이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의 세줄 정리

  1. 가구가 낮아 청소하기 어렵다면, 가구 다리를 사서 높인다.
  2. 좋은 습관을 위해서는 작은 차이라도 투자한다.
  3. 바닥엔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

 
 
 

P.S

오늘 표지 사진을 보면 쇼파 밑에 콩지가 살짝 보여요. 귀여운 콩지. 고마워
그리고 문제의 식탁 다리 사진. 키가 커졌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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