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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물건

물건을 버리며 다짐했다. 다시는 함부로 사지 말아야겠다

by 천천히 스미는 202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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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2개월 정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물건을 버리고 있었다.
쓸모없는 물건을 줄이며 내 주변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따라왔다. 
 
특히 부피가 큰 물건을 버릴 때 그 감정은 더욱 커졌다.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을 주고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죄책감을 더했다.
 
오늘은 그런 대형폐기물을 버린 이야기다.
 
 
 

목차

1. 버리는 순간, 죄책감이 든다
2. 이렇게까지 후회할 줄은 몰랐다
3. 다시는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버리는 순간,  죄책감이 든다

 

비워진 책장, 그리고 고민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작은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물건이 쌓여 있던 큰 책장이 쓸모가 없어졌다.
 
가구는 쉽게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이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고,
당장은 필요 없지만,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비어있는 채로 방 한구석에 방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며칠을 고민했다. 
 

비싸게 주고 산 건데...

 
 
정말 버려도 괜찮을까?
쓸모는 이미 다했는데, 비싸게 줬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있어 나는 내가 샀을 때 가격을 찾아봤다.
10만 원 정도였다.
 
 
 

10만원짜리 책장, 그리고 죄책감

10만원.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버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렇게 좋은 가구를 1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샀구나. 나는 이걸 버리는구나."
"그래도 10만 원이면 버릴 수 있는 정도 아닌가."
이런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끝없이 부딪쳤다.
 
 
 

이 가구는 어디로 갈까?

그런데 문득, 내가 이 책장을 버리면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와 철제로 만들어진 이 가구가 누군가에게 다시 쓰일 수 있을까? 아니면 바로 해체되어 폐기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명확했다. 재사용되기 보다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사실이 괴로웠다.
 
이 가구에 쓰인 나무는 수십년을 자라왔을 것이고, 철제는 땅속에서 채굴되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가공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완성된 챙장을 나는 이렇게 쉽게 버리고 있다.
 
내가 뭐라고, 이 모든 자원을 낭비하는 걸까.
 
그날,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다시는 이런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다시는 쉽게 물건을 들이지 않겠다.
 
 
 
 
 

이렇게까지 죄책감이 들 줄은 몰랐다

버리는 것에 비해 너무 쉽게 물건을 샀다.

버리는 것에 비해 너무 쉽게 물건을 샀다.
합리적인 가격에 내가 필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면, 너무 쉽게 클릭하고 택배를 받는다. 
이 과정이 너무 매끄러워서 죄책감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 가구를 살 때도 사용할 생각만 했지,
이 가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자원이 들어갔는지, 또 쓰임을 다하면 어떻게 버릴 건지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다.
 
가끔 제품 상세설명에 자원순환이나 친환경, 탄소 친화 같은 이름을 보긴 했지만, 
그냥 하는 말이려니 하고 넘어갔지 그 내용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이런 생각 끝에 나는 버리는 것에 비해 물건을 너무 쉽게 샀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건을 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릴 때 죄책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 번 버려보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중압감이 있었다.
쓰이지 않는 물건이 내는 목소리도 압박이 있지만, 이런 큰 가구가 내는 압박은 더 컸다.
앞으로는 함부로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대형폐기물은 돈이 든다

대형 폐기물을 버리는 데는 돈이 든다.
천 원에서 육천 원까지 버리는 가구의 크기나 무게에 따라 값이 매겨져 있다.
 
물건을 버리는 데 돈까지 드는 것에 다시는 물건을 함부로 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돈을 냈다고 끝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돈 냈으니 끝?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쉽게 넘기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버린 물건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 이동하고, 누군가는 그 처리를 해야 한다.
 
재활용되지 않는다면 결국 매립되거나 소각될 텐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환경적 비용까지 생각하면
단순히 '버리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해서 책임이 끝나는 건 아닐 것이다.
 
물건을 살 때도 그 끝을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 버리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때도 후회 없이 버릴 수 있는 물건인지 고민해야 한다.
값싼 충동구매가 아니라 오래 쓸 수 있는 물건, 쉽게 버려지지 않을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나에게도, 환경에도 덜 부담이 되는 길일 것이다.
 
 
 
 
 

다시는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대형폐기물을 버리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한 때 필요했던 물건이 이제는 짐이 되고, 버리는 데 돈까지 들었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하게 구매를 해도 결국 부담이 되었다.
 
이제는 소비습관을 바꾸려 한다. 
이렇게 큰 가구를 버리며 얻은 죄책감으로,
나는 물건을 살 때 심사숙고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단순히 갖고 싶다는 감정에 속아서 또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버릴 때의 죄책감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사는 순간 신중해야 한다.
물건을 들이는 건 쉽지만, 떠나보내는 건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 말이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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