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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물건

내가 버린 물건들 1편: 이걸 내가 왜 갖고 있었지?

by 천천히 스미는 202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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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실천 전, 정리 전 베란다

 

2년 2개월 정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많은 물건을 버렸다.

어떤 물건을 버렸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목차

1. 이걸 내가 왜 갖고 있었지 하는 물건 목록
2. 마무리

 

 

 

이걸 내가 왜 갖고 있었지 하는 물건 목록

1. 유통기한이 지난 약

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책의 한 구절을 읽고 우리 집 약통을 뒤집었다.

세상에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연고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다 버리고, 남은 약은 유통기한이 잘 보이도록 박스에 메모해 뒀다. 약통의 1/3만 남았다. 이제 딱 필요한 약만 관리하고 유지해야겠다 싶었다.

 

 

 

2. 식물이 없는 화분과 화분 물받이, 흙, 영양제

나는 식물을 키우는 데 영 소질이 없다. 불쌍한 화초... 나름 노력을 한다고 영양제도 사고 화분 물 받이대도 샀는데 역시나 식물이 살아나질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그 흔적들을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미니멀리즘을 하며 싹 버렸다.

 

 

 

3. 17년 전 대학교 때 쓰던 교재들, 고등학교 때 썼던 독학국사 같은 책들

세상에 벌써 대학교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때 가장 똑똑했던 것 같은 느낌에 대학교 때 쓰던 교재 중 몇 개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교재를 가지고 있는다고 똑똑해지는 게 아닌데 말이다. 기호학이나 3D 그래픽 구현 방식에 관한 책 같이 왠지 전문가 같고 내 딴에는 멋있어 보이는 책들이었다. 언젠가 다시 볼 일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는데, 17년이 지나도 안 본다. 이참에 버렸다. 

그리고 아니 이게 뭐야했던 건 고등학교 때 봤던 독학국사, 법과 사회같이 아주 두꺼운 고등학교 책들이었다. 너무 오래되어 팔리지도 않는 두꺼운 책. 이런 책들을 보면서 내가 똑똑함에 대한 갈망이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4. 들 때마다 부스러기가 옷에 잔뜩 묻는 큰 가방

친구의 추천에 샀던 큰 가방이었다. 수납도 넉넉하고 디자인도 이뻐서 잘 들고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아뿔싸. 들 때마다 지푸라기 같은 부스러기가 옷에 달라붙었다. 게다가 잘 떼어지지도 않아서 손이 안 갔다. 그런데 워낙 새 물건이라 뭐라도 담아 둘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물건을 담아 뒀더니 콘센트 같은 플라스틱에도 지푸라기가 달라붙었다. 쓸 때마다 기분이 영 별로라 버렸다.

 

 

 

5. 수집한 백화점, 카드사 등 행사 팜플렛 및 티켓

카드사 약관이 써있는 팸플릿은 편집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 나는 편집디자인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데 비해 실력이 뛰어나진 않아서 그런 팸플릿을 모두 모아두었다. 배울 마음에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보지 않게 되었다. 레퍼런스가 필요하면 인터넷에 여러 사이트에서 찾지 이런 팸플릿을 참고하진 않았다. 있어도 한 2년에 한 번 정도. 이렇게 모은 팸플릿만 대용량 a4 클리어파일 200매짜리로 3개는 나왔다. 클리어 파일에 들어있는 팸플릿 분리하는 데 진짜 힘들었다. 하루는 쓴 것 같다. 손가락이 건조해져서 갈라질 정도였다. 다시는 이런 거 안 모아야지.

 

 

 

6. 요가에 소질도 없고 재미도 못느끼는 데 갖고 있던 요가매트

나는 요가에 진짜 소질이 없다. 그리고 재미도 없다. 그런데 엄청 두껍고 고급진 요가매트가 있다. 요가를 못하니 요가매트가 비싸고 좋은 거면 요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서다. 써놓고 보니 말이 안 되는데 여하튼 당시에는 그런 마음으로 요가매트를 샀다. 뭐 나름 요가 자세를 할 때 도움이 되는 디자인까지 있는 좋은 매트였다.

이 매트를 바닥에라도 깔아둘까 했는데, 은근 요가매트에서는 그 고무냄새가 난다. 그 고무냄새도 싫고, 바닥에 러그처럼 깔 정도는 편안한 것도 아니라서 버렸다.

 

 

 

7. 발매트

남의 집에 가면 으례 발매트가 있었다. 우리 집에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귀여운 발매트를 2장 샀다. 주방에 1개, 욕실 앞에 1개.

그런데 이 발매트 왜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발의 물기는 수건으로 닦으면 되지 않나. 샤워 싹 하고 나오는데 발의 물기가 그렇게 수건과 용도를 분리해서 닦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버렸다.

게다가 주방 발매트에는 기름기가 튀기 마련인데, 이게 얼룩덜룩하니 영 보기 싫었다. 바닥은 그냥 닦으면 된다.

 

 

 

8. 재활용품 분리 가방

재활용을 위해 재활용품을 분리해서 버릴 수 있는 가방을 샀다. 내가 사는 곳은 분리수거를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모아서 버릴 필요가 없다. 언제든 갖다 버리면 된다. 그래서 필요 없는 재활용품 분리가방은 버렸다. 

이 가방 아래는 물기가 젖었다 말랐다하는 흔적들이 있어 좀 청결하지 못했다. 청결한 환경을 위해 버렸다.

 

 

 

9. 비닐봉지와 종이봉투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놀란 건 우리 집에 왜 이렇게 비닐봉지가 많나 하는 것이었다.

비닐봉지가 새끼를 치나 싶을 정도로 엄청 많았다. 나는 물건을 살 때 비닐봉지를 받지 않으려고 작은 장바구니도 들고 다니는데도, 비닐봉지는 계속 늘어난다. 비닐봉지가 참 아깝다. 물건 한 번 더 담고 버리자는 생각이 이렇게까지 많이 모아졌구나 싶었다. 한번에 싹 버리고, 이후로는 비닐봉지를 비닐로 바로바로 분리배출한다. 그래도 계속 들어온다.

 

그리고 종이봉투.

사이즈별로 색깔별로 왜이리 많나 싶을 정도로 싱크대 하부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진짜 싹 갖다 버렸다. 필요하면 에코백 쓰면 되고. 

그런데 지금 글에서는 싹 갖다 버렸지만, 시간차를 두고 나눠서 버렸다. 

특히 종이봉투는 보통 옷이나 신발을 살 때 담아 온 건데 종이 두께도 두껍고, 촉감도 좋고, 어딘가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마지막까지 몇 개는 남겨뒀었다. 물론 지금은 다 버렸다. 딱히 모아두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난다. 의식적으로 버려야 한다.

 

 

 

10. 낡은 콘센트

작동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낡은 콘센트가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렇게 변색된 콘센트와 먼지가 잘 닦이지 않는 콘센트는 이번 기회에 버렸다. 콘센트가 은근히 비싸서 큰 맘 먹고 사게 되는 물건인데, 지금 연결된 콘센트로 집안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나머지는 버렸다. 

 

 

 

11. 펜 같은 문구류

내 손은 하나 밖에 없는데 펜이 왜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잃어버리고 또 산 것도 있고, 쓰다 보니 그립감이 안 좋아서 손이 안 가는 것도 있고, 3개 묶음이라서 산 펜도 있고, 아직 잘 나오니 가지고 있는 펜도 있었다. 진짜 펜만 한 뭉치가 나왔다. 

 

이번 기회에 펜 자리를 마련했다. 딱 그 펜, 샤프, 필기용펜 하나씩만 남겨뒀다. 

뭐, 펜 말고도 자, 지우개, 클립 같은 것들도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모른다.

 

클립, 호치케스심, 핀, 압정핀도 자리를 지정해 두어 또 사는 일 없이 만들었다.

 

 

 

12. 샘플 화장품

샘플 화장품... 어디 여행갈 때 쓰려고 모아둔 게,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감도 안 오는 화장품 샘플이 욕실장 가득 나왔다.

전부 버렸다.

꼭 이런 샘플 클렌징폼이나 썬크림 여행지 가서 하나 쓰면 원래 쓰던 게 아니라서 그런 지 눈이 그렇게 따갑다. 그리고 여행 가서도 다 쓰고 오면 좋은데 많이 써봐야 1개, 2개 쓴다. 그날을 위해 샘플 쟁여두는 건 나에게 의미가 없다.

게다가 평소 쓰던게 아니라 그런지 향이 얼마나 독한지, 기분 좋은 여행에 옥에 티가 된다. 다 버렸다.

 

이후 여행갈때는 기존에 쓰던 걸 조금씩 덜어간다. 눈도 안 따갑고, 향도 튀지 않고, 편안하다.

그리고 좋은 샘플이 들어왔을 때는 그날 바로 뜯어서 써본다. 샘플 하나의 양이 많으면 많은 대로 평소보다 듬뿍 발라보는 사치를 누려본다.

 

 

 

 

13. 일회용 양념들

피자 시킬 때 오는 파마산 치즈와 핫소스 그리고 갈릭디핑소스, 회 시키면 오는 고추냉이와 간장, 햄버거 감튀에 오는 일회용 케첩.

우리 집에 다 있었다. 다~버렸다.

왜냐면 유통기한이 안 적혀있다. 그리고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건강에 위험할 수 있으니 버렸다.

이후에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오는 이런 소스는 아끼지 않고 맛있게 듬뿍 먹는다.

 

 

 

 

 

마무리

많이 정리가 됐다. 필요한 물건만 두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내가 버린 물건들 중 "이걸 내가 왜 갖고 있었지?"하는 물건들을 기록했다.

진작 버렸어야 하는 건데 미루고 미루다 쌓인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나 유통기한이 표시안된 식품들은 사실상 먹지 못하니 쓰레기나 다름 없는데 이런 걸 인식도 못하고 살았다. 별 대수인가 싶기도 했고...

 

그런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집에 가득 했다. 마치 내가 정리하지 못한 과거 같다는 생각에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면서 버렸다.

버릴 때 죄책감이 엄청 드는데, 이번 "이걸 왜 갖고 있었지?"하는 물건을 버릴 때는 이런 물건들을 잘 쓸 수 있도록 내가 평소에도 관리를 해야지 싶었다.

 

이걸 왜 갖고 있었지 하는 물건은 쓰레기에 가까워서 비교적 버리기 쉬웠다.

다음 편부터는 점점 어려웠던 난이도였던 물건 버리기 시리즈로로 글을 이어가보고자 한다.

 

 

 

 

 

 

 

천천히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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